동유럽-우크라이나간 농수산물 갈등, 생각보다 심각하다.

러시아, 이스탄불 협정을 흔들면서 세계 곡물시장의 안정성도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
  • 김영 기자
  • 발행 2023-06-16 10:10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흑해경제협력기구(BSEC) 제46차 외교장관회의에서 7. 17(월)까지 러시아산 비료수출 거래가 원활하게 하지 않을 경우, 양측이 이스탄불 협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고 곡물수출 거래 연장도 없다고 발표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의 안정성이 불투명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가 봉쇄되고 곡물 공급이 난맥상을 보이면서 2022년 7월 유엔, 튀르키예가 적극 중재하였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해 러시아 비료와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 패키지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스탄불 협정이다. 이스탄불 협정은 처음 120일 시행한 뒤 60일마다 연장하는 구조이며 추가 연장일자는 7월 17일인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은 수출되고 있는 반면에 러시아산 비료는 협정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전혀 안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불만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 곡물 및 비료를 수출하는데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재연결, 농업 기계와 예비 부품 및 서비스 공급 재개, 보험 및 재보험 제한 해제, 식품·비료 생산·운송 기업의 해외 자산·계좌 동결 해제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협정으로 인해 흑해로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수출 가능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유럽 국가와 우크라이나간 농산물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농산물 수출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자국산 농산물이 이웃 동유럽 국가로 쏟아져 들어가 우크라이나와 이웃 동유럽간 농업 갈등이 증폭되고 있음을 KOTRA '중동부 유럽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 제한 조치 전개 및 전망' 보고서에서 밝혔다.


보고서는 EU가 2022년 6월 우크라이나 농산물을 지원하기 위해 인근국 국경 통한 내륙운송 지원 및 수입품에대한 관세 및 물량 쿼터 전면 철폐하면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특히 곡물이 동유럽으로 들어갔지만 제3국으로 다시 판매하지 못하는 물류 병목 현상이 오래동안 발생함으로써 동유럽의 상당 지역은 우크라이나산 곡물로 인한 공급 과잉으로 해당국 농민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는 우크라이나의 내륙 운송을 지원하는 ‘연대의 길(Solidarity Lanes)’을 5월에 시행하였고 6월에 관세 및 쿼터 철폐와 함께 우크라이나 접경 5개국(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을 통해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과도하게 쏟아져 들어오게 되었다.


당초 접경 5개국에 들어온 농산물은 의도와 달리 세계 시장으로 재공급되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있게 되어 해당국 농민의 불만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과 아프리카는 ’21년 분기 평균 각각 10억 7,000만 달러, 9억 3,300만 달러를 수입했으나 ’22년 2분기에 중국 2,100만달러, 아프리카 8,800만 달러로 수입액이 급감하여 당초 이스탄불 협정은 동유럽을 통해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재수출이었는데 협정의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수출품에서 농산물의 비중이 높은 국가로 러-우 사태 발발 이전 우크라이나의 연간 수출 규모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43%였으며 농산물 중에서도 곡물의 비중이 가장 높고 아시아(51%), 유럽(33%), 아프리카(16%) 등으로 수출하였다.

중국,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수출되지 못한 우크라이나 농산물은 상당수 유럽으로 수출되었으며 이 중 70%가 기존에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거의 수입하지 않은 동유럽(CEE)으로 수출하였는데 CEE는 ’21년 분기 평균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4억 2,600만 달러 수입했으나(우크라이나 전체 수출 규모의 약 6.2% 수준), ’22년 2분기에만 577% 상승한 19억7,500만 달러를 수입하였다. 농산물 중에서도 특히 곡물의 수입이 직전 분기(’22.1분기) 대비 러-우 사태 직후(’22.2분기) 증가율 642%로 큰 폭으로 증가하여 과잉 공급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동유럽 국가는 농산물 시장의 불안정을 호소하며 자국 농민 보호를 위해 ’23.1월 EU 차원의 해결책 촉구하였는데 ①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은 제조 과정에서 EU 규격에 미달해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낮고 ②자국 트럭 및 화물차의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운송이 증가하며 물류비가 상승하고 ③물류비 인상분이 자국 농산물에 전가되어 자국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진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22.9월 EU 농업장관 야누스 보이치에호프스키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시장의 공급과 가격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동유럽 국가와 갈등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에 대해 체코까지 가세하면서 동유럽가 반발하자 ’23.1월 EU 농어업 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및 기타 농산물의 과잉 공급에 대한 조치를 공동 요청하는 서명으로 발표하게 되었다.


EU 집행위는 ’23.3월 불가리아·루마니아·폴란드 3개국 농가를 대상으로만 5,630만유로의 지원책을 승인하였으나 CEE는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등은 제외되어 형편성을 야기시켰으며 지원금도 요구액인 최소 80억~100억 유로 규모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적다고 주장하였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유입으로 인해 동유럽 농민의 항의시위/이미지 : 연합뉴스 재인용


동유럽 농민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과잉 공급 문제에 거세게 반발하며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관세 부과를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는데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관세를 부과를 EU가 거부하자 농무부 장관 헨리크 코발치크가 사임하였고 농민들은 4.12(수) 우크라이나 국경철도를 봉쇄하는 실력행사에 들어갔으나 경찰에 의해 해산되었으며 루마니아는 4.7(금) 부쿠레슈티 수도를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트렉터를 타고 시위하면서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였다.


불가리아도 3.29(수)부터 불가리아-루마니아 국경에 있는 주요 검문소를 3일간 봉쇄하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선제적으로 제한 조치를 전개하였는데 EU는 이에 대한 합의점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면서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는 순차적으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 발표하면서 EU 집행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는 4.19(수) 동유럽 5개국 대상으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개별 수입 금지 조치를 철회 요청하였다. 


EU 집행위는 해결책으로 5개국을 대상으로 6.5일까지 우크라이나산 곡물 일부 품목의 해당국 수입을 금지하지만 다른 나라로 수출될 때만 해당국 경유를 허용해야 하며 해당 품목은 4개국이 공통으로 금지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4종(밀, 옥수수, 해바라기씨,유채씨)으로 제한한다고 제시하면서 해당 농민을 대상으로도 1억 유로의 보조금 지급을 검토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반발하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유럽 국가의 수출 제한 조치에 비판하며 EU에 방해받지 않는 수출을 보장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동유럽 국가로 우크라이나 설탕 수출을 금지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하였다.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산 수입품 관세 및 쿼터 면제를 ’24.6월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여 EU와 우크라이나간 지원 연대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과시하였다.


동유럽 5개국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프랑스, 독일 등 EU 일부 회원국은 불만을 표시하였고 우크라이나도 동유럽의 수임금지 조치로 인해 곡물이 전월대비 11%가 감소하자 헝가리, 루마니아 등을 대상으로 설탕 수출을 9.15(금)까지 금지한다고 발표하여 농수산물과 관련해서는 동유럽과 우크라이나간 갈등이 점차 비등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EU는 전쟁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하여 폭넓은 지원과 지지를 하고 있으나 농수산물에 대해 인접국과 마찰이 안보를 해칠 정도로 갈등이 증폭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스탄불 협정을 흔들고 있어 세계 곡물시장은 또 다시 불확실성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고 곡물 자급률이 20% 미만으로 낮은 만큼 국제 농산물 특히 곡물 가격의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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