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은 여야를 떠나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0.5%에서 4.75%까지 급격하게 올리면서 한국도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금리를 함께 올리면서 부동산 열기도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
한국은 5-6년 전에 부동산 가격이 2-3배 폭등하여 정권까지 교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문제였으나 최근 금리인상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미미하게 하락하고 있는데 경제지를 비롯한 일부 언론과 정부가 안정세 추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다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도 서울의 부동산은 중산층이 구매하기에 어려운 가격대이며 서울 남부의 인기지역인 분당도 평균 가격대가 가볍게 10억원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서울 남부지역의 부동산 가격지도>
과거에 오른 부동산 가격을 지금부터 꺾지 못한다면 앞으로 사회진출을 하는 젊은층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저출산을 더욱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 시점에서 부동산이 왜 폭등하였고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작동하였는지 천천히 되집어 볼 시간이다. 과거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요약하면 정부가 시중의 유동성을 가득하게 부어놓고 기름을 던져서 폭발시킨 상황이었고 정부 행동은 말로만 “불이야” 외치면서 공급은 줄이고 수요는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가수요까지 자극시켜 부동산 불길을 더욱 키웠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1.25%로 기준금리가 최저점으로 내려오면서 시중 유동성은 풍부해지기 시작하였다. 이와 동시에 정부 재정도 매년 소폭 증가하는 분위기에서 2016년을 기점으로 전년대비 9.5%, 8.8%, 8.5% 등으로 폭등하기 시작하여 방만한 재정도 유동성을 키우는데 일조를 하였다.
기준금리가 2011년 3.25% → 2016년 1.25% → 2020년 0.5%로 내려오면서 가계신용금액도 증가하기 시작하였는데 기준금리가 ’15년 1.50%로 하락하자 가계신용금액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크게 늘어났으며 2012년 905조원에서 2021년 1,757조원으로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하여 가계부채가 국가경제 운영에 장애요인으로 만들었다.
또한 방만한 재정운영과 가계신용금액이 증가한 상황에서 경제 여건도 2015년부터 경상수지, 무역수지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시중의 유동성은 풍부하다 못해 넘쳐나는 실정이었다. ’15년은 무역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경상수지가 1,051.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외부로부터도 막대한 유동성이 국내로 들어왔다.
낮은 금리, 대규모 무역흑자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정부의 역할은 유동성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인데 정부도 유동성 확장에 불을 당겼다.
2010년 재정수지 총수입액을 기준으로 271조원에서 ‘21년 537.6조원으로 98.4%나 증가하면서 국내의 유동성은 전방위적으로 팽창하면서 종합주가지수, 가상화폐 등에도 몰리기 시작하였고 부동산으로도 대규모 자금이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유동성 하에서 부동산이 급등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이상한 것이고 결국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과도한 유동성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불안심리가 투기까지 합류하면서 2-3배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당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아파트 가격의 변화를 살펴보자. 한국의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인 반포 주공 1단지는 ‘16년 22.8억원하던 것이 ‘22년 53.7억원으로 2.35배 상승하였고 잠실 갤러리는 7.9억원에서 18억원으로 2.28배 뛰었다. 강남 3구가 아닌 인접지역인 흑석 한강 센트레빌은 7.2억원에서 175억원으로 2.43배 폭등하였다.
경기도 대표적인 분당 쌍용 푸르마을은 6.0억원이 14.4억원으로 2.40배 상승하여 서울과 수도권은 대부분 2배 이상 가격이 뛰었고 지방의 주요 도시도 대부분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다.
단기간에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는 반드시 점검하고 나가야 한다.
’16년부터 부동산과 아파트 가격이 거대한 유동성으로 인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으나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할 수 있는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단일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시중의 유동성을 더욱 자극하였다.
정부가 부동산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포착하였지만 자신들의 정책 수단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념으로 정책을 강행한 것이 부동산 폭등의 시발점으로 작용하였다. 경제의 기본인 수요와 공급을 무시하고 수요는 자극하고 공급은 줄이면서 눈치를 보던 투기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시장이 되었다.
공급 측면에서 연도별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보면 ‘15년 765,328호을 최대 기점으로 매년 감소하였고 ’22년은 521,791호로 (-)31.8%나 줄었다. 수도권 아파트는 ‘15년 217,695호에서 ’22년 140,415호로 (-)48.3%나 감소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공급억제로 아파트 가격은 향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게 되면서 아파트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일명 영끌이라는 가수요까지 합세하게 되었다.
정부의 아파트 수요 억제도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수요 억제는 ’17년부터 ‘21년까지 대책만으로도 아래와 같이 수십 가지이다.
’17년 LTV(주택담보대출비율)과 DTI(부채 상환율) 금융규제강화, 서울 전역 분양권 전매금지, 서울·과천·세종시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가계주택대출 축소, 대출 상환능력 강화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를 명목으로 임대업자에게 세제감면 혜택을 주게 되면서 임대업자는 보유하고 있는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세제 혜택을 이용하여 부동산을 더욱 매입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매물 부족, 수요 증가로 ‘18년에도 폭등세가 연출되었다.
정부가 불붙인 아파트 가격에 대하여 진정할 기미가 없자 정부는 또 다시 대책을 내놓게 되는데 광명·하남 등 수도권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투기과열지구 확대지정, 2주택 및 3주택 보유자 세율인상, 임대료 가격상승 제한, 신혼·청년 주거지원, 5년간 수도권에 30만호 공급 등 부동산 정책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 문제인 유동성 축소는 없었고 공급은 중장기 상황이라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되면서 아파트 가격은 정부의 광역 교통망 계획 노선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폭등하였다.
또한 임대료도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임대업자는 보유하고 있는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부동산 가격은 아파트 뿐만 아니라 빌라, 오피스 등 부동산 전반으로 가격 상승세를 불러왔다.
정부는 다급하게 추가 정책으로 금융, 행정 등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았는데 9억원 초과 LTV 규제, 15억원 주택 구입시 주담대 금지,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최대 30% 상향, 고가 1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보증 제한 및 신규주택 전입 의무조건 추가 등이었다.
당초 정책 의도와 다르게 작용한 주택임대 사업자 정책을 폐지하고 다주택 종부세율을 최대 6%, 취득세도 12%까지 올려서 부동산 보유자가 팔지도 보유하지도 못한 상황을 만들었다. 공급으로 용산정비창, 3기 신도시 정비, 태릉 공프장, 용산 캠프킴 등 신규택지 발굴 등을 하였으나 단기간내 가시적인 공급 부동산이 없어 정부 의도와 다르게 수요는 꺾이지 않았고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를 지속하였다.
’21년 정부는 수요 억제책으로만 시장 수요가 꺽이지 않자 `25년까지 전국 대도시에 약 83만호 주택 공급부지 확보하고 수도권 약 61만호(서울 약 32만호), 5대 광역시 등 약 22만호, 공공분양(70~80%)과 공공자가·공공임대(20~30%) 등 혼합 공급 등을 발표하였다.
수요에 부응하는 충분한 주택 공급을 위해 주택공급 로드맵 수립·추진하면서 연도별·지역별 250만호 이상 주택공급 계획 마련 및 추진하겠다고 하였으며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하여 양질의 10만호 이상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고 발표하였다.
‘22년 10월 정부는 청년, 무주택서민의 주거불안 해소와 공공분양주택 공급 필요성을 위해 50만호 공급을 약속하였고 15억원 넘는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에서 허용하는 방안과 무주택자 및 1주택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50%로 일괄 조정, 중도금 대출 제한을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조정하여 과거 부동산 수요층의 어려움을 일정부분 해소하기로 하였다.
수년간에 걸친 정부의 노력이 부동산 시장에 일정부분 영향을 주었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은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부동산 열기는 빠르게 식어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과거 2-3배 급등한 상태에서 최근 미미하게 낮아지면서 언론과 정부의 대책이 매끄럽지 못하다. 과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비판하고 실수요자의 불안심리도 자극하면서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것이 언론이었다. 그 대표적인 언론이 경제 전문지였다.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공급망 장애, 높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기가 불확실해지면서 부동산도 침체기에 들어가자 언론들이 부동산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가 과거 2-3배 급등하였던 부동산 시장을 현시점에서 최소한 합리적인 수준으로까지 하락시키지 못한다면 젋은층과 서민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도 수십억이 넘는 내집 마련은 어려울 전망이다.
언론에서 폭락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과거 5-8억원대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아직도 12-20억원대이다. 언론에서 폭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소폭 하락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한다.
아파트 가격은 젊은 층이 대학 졸업후 취업하여 열심히 저축하고 노력할 경우 10-15년쯤 국민평형인 30평대를 은행에서 10-20%만 대출받고 살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지금 가격대로도 젊은층이 퇴직까지 일하여도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과거 오르기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속에서 경기가 좋지 못하는 전망이 있자 손쉬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다시 끄집어낼 작정이다. 여기에 정부 여당인 ’국민의 힘‘은 전임 정권의 부동산 억제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는 활성화 입장을 내놓아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는 점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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