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주도하여 “국방 분야의 과학기술 연구· 개발을 선도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방첨단과 학기술사관학교 설치법안」이 2023년 7월 28일에 발의되었다.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는 '기술 사관학교+알파'이다.
이 법률안은「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3541호)의 의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같은 법률안이 의결되지 아니하거나 수정 의결되는 경우에는 이에 맞추어 조정되어야 하며 현재 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어 정부로 이송되고 공표되기까지 가야할 길이 아직 멀지만 사관생도를 지망하는 이공계 고등학생인 경우 눈여겨볼만 한다
이 법의 핵심은 고교를 졸업하는 과학기술분야 엘리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4년의 학사학위 과정과 대학원 석·박사 학위과정으로 ‘과학기술사관학교’를 설치하고 졸업 시에 소위 또는 중위로 임관하여 4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이 스라엘의 과학기술 전문 장교 육성제도인 탈피오트 (Talpiot)를 벤치마킹한 제도이다
이름도 생소한 이스라엘의 탈피오트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중에서 과학 분야 엘리트 50여 명을 선정하여 이스라엘 최고 대학 중 하나인 히브리대학교에서 수학, 물리학, 컴퓨터 공학을 3년 동안 수업과 군 훈련을 병행하도록 하고 학사 학위 취득과 동시에 중위로 임관하여 6년간 의무 복무를 하게 하는 국방과학기술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탈피오트 제도 수립 당시 3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첫째, 20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혁신적인 무기를 만들어 낼 것, 둘째, 이스라엘 방위군 (IDF, Israel Defense Force) 특히 공군이 프로그램의 책임 관리를 맡을 것, 셋째, 선발된 학생들에게 물리학, 수학 등의 학사학위를 3년으로 단축하여 취득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이스라엘군에서도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일부 반발을 겪은 후에 제도화가 될 수 있었다.
탈피오트를 통해 배출된 인재들이 탈피넷(Talpinet)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하면 서 연구개발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성공적인 창업에 이르는 성과를 도출하게 되면서 탈피오트는 우수한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탈피오트의 성공은 우수 인재의 선발, 최고의 교육과정, 그리고 철저한 관리를 통한 목표지향 적 프로그램 운영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들어가면서 성과가 도출되고 평판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된 것이다.
최근 우리 군은 국방 과학 기술분야 우수 전문인력의 확보가 절실하지만, 국가 전반적으로 과학기술 인력의 부족 상황과 더불어 국방 분야의 과학기술 전문인력 확보여건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인력 양성과 관련하여서는 장교 대상의 석․박사 전문학위 위탁교육 제도와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이하 ‘과기사관’)를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과기사관제도는 4년제 대학 이공계 분야 재적생 중에서 연 25명을 선발하여 등록금 및 전문역량개발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에 소위로 임관하여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에서 3년간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기사관 제도는 애초에 석사급 이상을 요구하는 ADD의 연구인력 소요를 충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ADD에서만 복무하도록 하여 군내의 활용도가 높지 않은 동시에 3년의 의무복무기간 종료이후 장기복무를 위한 여건도 부재한 상태이다.
즉, 과기사관 제도는 창설 당시 이스라엘의 탈피오트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실제 운영면에서는 탈피오트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다. 선발, 교육, 복무 및 진로, 관리의 측면에서 모두 다르며 우리나라의 과기사관 제도는 군복무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는 대체복무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과기사관의 과반수 이상 전역자들이 서울대, KAIST, MIT 등 국내외 상급 학교로의 진학을 선택하였고, 나머지 반 정도의 인원이 취업하였으며, 창업을 한 경우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였다. 뿐만 아니라, 과기사관의 경우 장기 복무를 위한 계급과 보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 인력 활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 과기사관 제도는 탈피오트 제도를 벤치 마킹하여 국방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함을 목표로 하였으나 제도의 설계와 운영 면에서 모두 탈피오트의 강점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 히, 우리 국방환경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탈피오트의 외형만을 형식적으로 모방하고 있다는 점을 애초에 의도한 목표를 달성이 어려웠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탈피오트는 이스라엘 국방부 연구개발국인 MAFAT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데, 이 조직은 탈피오트의 훈련, 교육과정 및 졸업 군인 배치 등 관련 사항을 총괄하고 군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함으로써 프로그램의 목표지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 과기사관제는 KAIST 교무처 산하 조직인 과학기술전문사관지원센터가 프로그램의 전반적 인 관리와 운영을 담당하고 있고 수업은 학생이 소속된 대학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임관후에 ADD에서 보수교육을 받고 의무복무를 수행하게 되며 국방부는 군 장교의 정원확보 및 복무 관련 사안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 입법화하는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설치법안」은 국방 첨단 과학기술 사관학교를 설립하여 이상에서 언급한 과기사관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군과 국가의 요구에 부합하는 국방 과학 기술분야의 인력을 양성하여 중․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탈피오트 제도의 강점을 반영하되, 우리 환경에 부합하도록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 의 법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적 미래 국방상황을 볼 때 국방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만큼, 향후 입법과정에서 국방, 교육, 과학 당국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탈피오트와 같은 최고의 인재 선발, 경쟁력있는 교육과정의 설계, 국가적 지원을 통한 제도적 실효성 확보 가능성에 중점을 둔 입법 정책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해본다.
이 법에 대한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이 법은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를 설치하여 국방 분야의 과학기술 연구ㆍ개발을 선도할 전문인력을 양성함으로써 국방첨단과학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통하여 국가안전보장 및 국방력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함(안 제1조).
(2)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이하 “과학기술사관학교”라 함)를 설치하고, 국방과학기술의 심화교육 및 고도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하여 과학기술사관학교에 대학원을 둘 수 있도록 함(안 제2조).
(3) 과학기술사관학교 학사학위과정의 수업연한은 4년으로 하고, 대학원 석사ㆍ박사 학위과정의 수업연한은 각각 2년 이상으로 함(안 제3조).
라. 과학기술사관학교에 입학하려는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인정된 17세 이상 21세 미만의 사람으로 「군인사법」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야 함(안 제4조).
(4) 과학기술사관학교 학사학위과정의 교육과정은 일반학 및 군사학 과정으로 구분하여 운영되며, 대학원 석사ㆍ박사 학위과정의 교과는 국방과학기술 분야 연구에 필요한 것으로 하되, 국방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이 협의하여 정하도록 함(안 제5조).
(5) 학사 또는 석사 학위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에 대하여 12주 이내의 기간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되, 그 시기는 방학기간을 이용하는 등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정하여야 함(안 제6조).
(6) 국방부장관은 과학기술사관학교 교육과정을 한국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과학기술사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원의 공동명의로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함(안 제8조).
(7) 과학기술사관학교의 학사학위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한 사람은 각 군의 소위로 임용하고, 대학원 석사학위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한 사람은 각 군의 중위로 임용함(안 제9조).
(8) 과학기술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임용된 사람은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연구개발 관련 기관에서 4년간 의무복무하도록 함(안 제10조).
(9) 국가는 과학기술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의무복무 후 전역한 사람에 대하여 취업 및 창업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함(안 제13조).
입법이 성공하여 운영이 잘될 경우 우리나라의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의대를 진학하지 않고 '과학기술사관학교'에 입학하여 과학계를 이끄는 밝은 미래의 모습이 현실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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